미·EU, 中 ‘반도체 굴기’ 견제 위해 110조원 쏟아부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22년 8월9일 ‘반도체지원법’ 법안에 서명하고 있다. ⓒ AP/뉴시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견제하기 위해 쏟아부은 돈만 모두 810억 달러(약 11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반도체지원법’(CHIPS Act)에 따라 미국 내에 설비 투자를 하는 반도체 제조업체에 390억 달러의 생산 보조금을 포함해 5년간 총 527억 달러를 지원한다. 이에 따라 올해 초부터 삼성전자(64억 달러)를 비롯해 인텔(85억 달러), TSMC(66억 달러), 마이크론(61억 달러) 등에 328억 달러 규모의 보조금을 발표한 상태다.

미국은 이를 통해 중국과의 경쟁에 맞서는 것은 물론 자국 내 반도체 산업 공급망을 강화하고, 대만·한국 등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 반도체 주도권을 가져오겠다는 구상이다.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와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2032년 반도체 생산 능력은 2022년 대비 3배 수준으로 늘어나고, 10㎚ 이하 첨단공정 비중은 2022년 0%에서 28%로 대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보고서는 “이 같은 추세라면 2032년 한국(9%)을 제치고 대만(47%)에 이어 2위 자리에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EU는 ‘유럽판 반도체지원법’으로 가세했다. 수입 의존도를 낮추고 현재 약 10%인 EU의 글로벌 반도체 시장 점유율을 2030년까지 20%로 2배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430억 유로(약 63조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대부분은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의 마그데부르크 투자, 대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TSMC의 드레스덴 투자를 포함해 독일에 집중됐다.

EU는 인텔에 약 100억 유로의 보조금을 지급했고, 보쉬 등 유럽 반도체 기업과 합작 법인을 설립한 TSMC에는 투자금의 절반인 50억 유로를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미국과 유럽이 막대한 자금을 투입했만 보조금 규모는 여전히 중국보다 뒤처진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보조금 규모를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중국이 반도체 산업에 쏟아붓는 자금 규모는 미국·EU를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SIA의 추산에 따르면 중국은 반도체 산업에 1420억 달러 이상 투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