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 독주 흔든 한화의 기회
폴란드 해군 현대화 사업, 일명 ‘오르카 프로젝트’는 애초 독일 조선업체의 수주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다. 폴란드는 전통적으로 독일 방산업체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고, 유럽연합의 방산 블록화 정책 또한 독일에 유리하게 작용해왔다. 그러나 최근 한국과 폴란드 간 방산 협력이 가속화되면서 판도가 바뀌고 있다.
특히 지난 8월 1일 K2 전차 2차 계약 서명식에 참석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폴란드 측에 잠수함 사업 등 다른 분야 협력 확대를 직접 제안했고, 폴란드가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하면서 한화오션에 새로운 기회가 열렸다.

한화오션, 장보고-Ⅲ 배치-Ⅱ 앞세워 도전장
이번 프로젝트에서 선봉에 선 것은 한화오션이다. 한화오션은 최근 캐나다의 60조 원 규모 초계잠수함 사업 숏리스트에 오르며 기술력과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이번 폴란드 사업에서도 주력 무기는 3000톤급 디젤 잠수함 ‘장보고-Ⅲ 배치-Ⅱ’다. 이 잠수함은 공기불요추진체계(AIP)와 첨단 리튬이온 배터리를 탑재해 최대 3주 이상 수중 작전이 가능하다.
특히 수직발사관을 통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운용할 수 있어 단순한 방어형 전력이 아닌 장거리 전략 타격 능력까지 확보한 점이 강점이다. 한화오션은 여기에 2000톤급 연안경비함(OPV), 500톤급 미사일 고속정(FMPC), 무인수상정 등 폴란드 연안 환경에 맞춘 맞춤형 솔루션을 제시하며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K-방산과 폴란드의 밀착 협력
폴란드는 이미 한국의 핵심 방산 고객국이다. 2022년 이후 K2 전차, K9 자주포, 천무 다연장로켓 등 대규모 계약을 체결하며 한국산 무기 도입에 속도를 냈다. 이번 잠수함 사업 역시 그 연장선에 있다. 한화는 이번 기회를 통해 단순한 무기 수출을 넘어 현지 생산, 기술이전, 인력 양성까지 포괄하는 협력 모델을 내세웠다.
이는 폴란드가 역내 방산 자립도를 강화하려는 전략과 맞아떨어지며, K-방산의 입지를 유럽 시장 전반으로 확장할 수 있는 교두보 역할을 한다. 방산업계는 이번 수주전이 성공할 경우, 폴란드뿐만 아니라 발트 3국과 동유럽 국가들로 협력이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한화 방산 3사의 총력전
이번 전시회에서 한화는 그룹 내 방산 3사가 모두 참여해 ‘육·해·공·우주’ 전 영역을 포괄하는 협력 모델을 제시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자동 장전 시스템을 갖춰 발사 속도를 높인 K9A2 자주포와 수출형 보병전투장갑차 ‘K-NIFV’를 첫 공개했다. 한화시스템은 능동방호체계(APS)와 소형 합성개구레이더(SAR) 위성, 레이저 대공무기 ‘천광’을 전시하며 차세대 방어 능력을 강조했다.
여기에 한화오션이 장보고-Ⅲ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한화는 사실상 폴란드의 전군 현대화를 위한 종합 패키지를 제공하는 구도를 만들었다. 이는 단일 무기가 아니라 방위산업 생태계 전반에서 협력하겠다는 전략적 접근으로, 유럽 경쟁사들과 차별화되는 포인트다.

현지화와 산업 협력 강화
EU는 역내 생산 비율이 65% 이상일 경우에만 저리 대출을 제공하는 방산 블록화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화는 단순 수출에 그치지 않고 현지 합작법인 설립, 해양발전펀드 조성, 기술이전 등 다각적인 협력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폴란드 입장에서 전력 확보와 동시에 산업 발전, 고용 창출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는 모델이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폴란드의 국방력 강화와 산업 발전을 동시에 이끌 수 있는 파트너는 한화”라며 유럽 현지 맞춤 전략을 강조했다. 이러한 현지화 전략은 향후 EU의 방산 블록화 규제를 우회하면서도 시장을 확장할 수 있는 실질적 해법으로 평가된다.

폴란드와 한국,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한화의 이번 도전은 단순히 잠수함 한 척을 수출하는 차원을 넘어선다. 이미 K9 자주포와 K2 전차 공급으로 쌓인 신뢰 위에, 해군력과 우주·대공방어까지 아우르는 협력 구도를 만들면서 양국은 사실상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나아가고 있다.
이는 폴란드가 러시아 위협에 대응해 나토 최전선 역할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제공할 수 있는 최적의 해법이기도 하다. 방산업계는 이번 수주전 결과가 한국의 글로벌 방산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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